재규어 랜드로버 주인이 인도 회사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포드가 수십 년간 갖고 있던 브랜드를 포기한 그 자리를
인도 타타그룹이 채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싼 차를 만들던 회사가 가장 영국적인 차를 살 수 있었던 이유,
한번 직접 확인해보시겠습니까?
2008년 1월, 뉴델리 오토 엑스포
라탄 타타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차를 공개했습니다. 10만 루피, 당시 환율로 약 25만 원이었는데, 자동차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가격이었고, 전 세계 언론이 달려들었습니다. 이름은 나노였고, 인도의 수백만 가족이 오토릭샤와 오토바이 대신 탈 수 있는 4륜차가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타타는 전혀 다른 뉴스도 만들었습니다. 23억 달러에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포드에서 사들인 것이었는데, 25만 원짜리 차를 만드는 날 3조 원짜리 인수를 발표한 회사, 그것이 타타자동차였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타타 나노 1세대 선샤인옐로우 세계 최저가 차 ㅡ AI 이미지
🏭 1945년, 타타그룹의 자동차 도전
타타자동차의 이야기는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잠셋지 타타가 1868년 창업한 타타그룹의 자동차 부문이었고, 처음엔 TELCO(타타 엔지니어링 앤드 로코모티브 컴퍼니)라는 이름이었으며, 기관차와 트럭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독립 이후 인도에서 트럭 수요가 폭발했는데, 건설 붐이 일었고, 물자 운반이 필요했으며, 타타 트럭이 그 수요를 채웠습니다. 타타그룹은 인도에서 특별한 위치를 가진 기업이었는데, 단순한 재벌이 아니었고, 잠셋지 타타가 처음부터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을 세웠으며, 직원 복지와 사회 공헌으로 인도인들에게 신뢰를 쌓았습니다. 인도 역사에서 타타그룹이 세운 것들이 있었는데, 인도 최초의 철강 공장, 인도 최초의 수력 발전소, 인도 최초의 럭셔리 호텔 타지마할 호텔, 인도 최초의 과학연구소까지였으며, "타타는 인도를 만든 회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1988년 타타자동차가 승용차 시장에 진출했는데, 인디카라는 소형 해치백이었고, 독자 개발한 첫 승용차였으며, 품질 문제로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인도 내수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2004년 타타자동차가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었는데, 대우상용차를 인수했고, 타타대우상용차로 새롭게 출범시켰습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팔린 대우상용차를 인도 기업이 인수한 것이었는데, 군산 공장에서 만드는 대형 트럭이 타타대우 브랜드로 이어졌고, 지금도 한국 도로에서 볼 수 있는 타타대우 트럭이 그 결과였으며, 타타의 한국 진출 첫 번째 사례였습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인도 시장에도 트럭을 수출했는데, 한국의 기술과 인도의 자본이 결합된 것이었고, 두 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처음으로 연결된 사례였으며, 한국에서 타타를 처음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 2009년, 나노의 꿈과 현실
나노의 아이디어는 라탄 타타가 빗속에서 스쿠터를 타는 인도 가족을 보면서 떠올렸는데, 아버지가 운전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비를 맞으며 가는 모습이었고, "저 가족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차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0만 루피(약 25만 원)라는 목표 가격을 정했는데, 당시 인도에서 가장 저렴한 차가 마루티 800으로 20만 루피였고, 절반 가격에 4인승 차를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며, 엔지니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타타 팀이 해냈는데, 모든 것을 최소화했고, 에어컨과 파워스티어링을 없앴으며, 엔진을 뒷자리 아래에 배치해서 공간을 살렸고, 2기통 623cc 33마력으로 목표 가격을 달성했습니다. 2009년 출시 첫 날 파매 예약이 20만 건을 넘었는데, 인도 서민들의 폭발적인 반응이었고, 자동차를 꿈도 꾸지 못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차를 살 수 있다는 희망에 열광했으며, 타타 주가도 올랐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달랐는데, 초기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저가 이미지가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차"라는 낙인이 됐으며, 인도 중산층이 나노보다 조금 더 비싸도 마루티를 선호했습니다. 2018년 나노 생산이 사실상 중단됐는데, 판매가 연간 수백 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꿈으로 시작해서 아쉽게 끝난 차가 됐으며, 하지만 나노의 도전 정신은 타타를 전혀 다른 회사로 바꾸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나노가 실패한 역설적 이유가 있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싼 차"라는 마케팅이 소비자에게 "창피한 차"로 받아들여진 것이었습니다. 인도 중산층은 차를 살 수 있다는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고 싶었는데, 가장 싼 차를 타면 오히려 가난해 보인다고 느꼈으며, 그 심리를 타타가 간과했습니다. 이것은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교훈이 됐는데, 합리적 가격과 창피함 사이의 선이 어디인지를 보여줬고, 이후 자동차 회사들이 저가 차를 개발할 때 마케팅 포지셔닝을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나노의 실패가 자동차 산업에 남긴 역설적인 유산이었습니다.
🦁 2008년, 재규어를 삼키다
나노 발표와 같은 해인 2008년 타타는 자동차 역사에 남을 인수를 단행했는데, 포드에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23억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포드가 재규어를 살 때 26억 달러, 랜드로버를 살 때는 더 많이 줬으니, 두 브랜드를 합쳐서 원가보다 싸게 산 것이었습니다. 영국이 충격을 받았는데, "왕실의 자동차"였던 재규어, "사막의 롤스로이스"였던 랜드로버가 한번도 자동차를 제대로 만들어본 적 없던 나라의 회사에 팔린 것이었고, 영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퍼졌습니다. 자동차 업계도 반신반의했는데, 타타그룹 주가가 인수 발표 후 급락했고, "인도 회사가 영국 럭셔리 브랜드를 살아있게 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었으며,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라탄 타타가 영국 코번트리 JLR 공장에서 직원들을 만났는데, "우리는 이 브랜드들을 사랑하고 존중한다.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지리가 볼보를 살 때 했던 것과 비슷한 선언이었으며,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타타의 JLR 경영이 놀라운 결과를 냈는데, 재규어 XF와 XE로 세단 라인업을 살렸고,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내놓아서 젊은 층에게 랜드로버를 팔기 시작했으며, 디자이너 이언 칼럼의 재규어 디자인 혁신이 "재규어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이끌었습니다. 인수 후 JLR 연간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2008년 30만 대 수준에서 2015년 50만 대를 넘겼고, 중국 시장 진출로 급성장했으며, 타타가 JLR을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포드 시절 "포드 부품을 쓴 재규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타타 인수 후 독자적인 플랫폼을 개발했고, 재규어답지 않다는 말이 사라졌으며, 영국 자동차 역사가들이 "타타가 재규어를 다시 재규어답게 만들었다"고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다시 어려움이 왔는데, 디젤 엔진 규제 강화로 유럽 판매가 줄었고, 중국 시장도 둔화됐으며, 전동화 전환 비용이 막대했습니다. 2024년부터 재규어를 순수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2026년부터 내연기관 재규어를 단종하고 전기차만 만들겠다는 것이었으며, 브랜드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됐습니다.
⚡ 전기차로 인도를 이끌다
타타자동차가 인도 전기차 시장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은 나노의 실패와 JLR 인수 경험이 쌓인 결과였는데, 2020년 넥슨 EV를 내놓으면서 인도 전기차 1위가 됐습니다. 넥슨 EV가 히트한 이유가 있었는데, 인도 소비자에게 맞는 가격이었고, SUV 스타일이었으며, 인도 도로 환경에 맞는 높은 차고와 튼튼한 차체였고, 무엇보다 인도 브랜드라는 자부심이 더해졌습니다. 2024년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타타가 6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현대 코나 전기차, 기아 EV6보다 압도적이었고, 인도에서는 전기차 하면 타타를 먼저 떠올리게 됐으며, 나노의 꿈을 전기차로 이루는 것 같았습니다. 타타 넥슨, 티아고, 푼치 전기차까지 라인업을 넓혔는데, 각각 다른 가격대와 크기였고, 인도 모든 세그먼트에서 전기차를 공략하는 전략이었으며, 인도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타타가 핵심 파트너가 됐습니다. 타타자동차의 전기차 성공은 인도 자동차 산업에서 의미가 컸는데, 외국 브랜드가 아닌 인도 브랜드가 미래 기술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이었고, 현대·기아에게 "인도에서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타타의 인연은 계속되고 있는데, 타타대우상용차가 여전히 한국에서 트럭을 만들고 있고, 타타가 인도에서 한국 현대기아와 경쟁하고 있으며, JLR은 한국에서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팔고 있습니다. 한국 도로에서 재규어 F-PACE를 보면 그 차 주인이 인도 타타그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25만 원짜리 나노를 만든 같은 회사가 그 고급 SUV도 만든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습니다.
라탄 타타가 남긴 것 - 인도 자본주의의 다른 얼굴
2022년 라탄 타타가 타타그룹 명예회장직을 내려놓았는데,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했고,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창업자 잠셋지의 철학을 평생 실천했으며, 인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남았습니다. 나노가 실패했지만 라탄 타타를 비난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가난한 인도인들에게 차를 주겠다"는 순수한 의도가 있었고, 그 의도를 모두가 알았으며, 결과가 나빠도 과정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재규어·랜드로버 인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단순한 기업 확장이 아니라 "인도도 세계 최고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고, 영국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었으며, 그것이 타타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타타그룹 이익의 2/3가 자선 재단을 통해 사회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놀라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이나 도요타도 CSR 활동을 하지만 이익의 2/3를 사회에 돌리는 기업은 세계 어디에도 없으며, 그것이 인도에서 타타가 200년 가까이 신뢰를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현대기아가 인도에서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타타는 인도인들의 마음속 1위일 수 있었는데, 브랜드 점유율과 마음 점유율은 다른 것이었고, 현대기아가 넘기 어려운 벽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도인을 위한 인도 회사"라는 타타의 정체성이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쌍용을 두 번 울린 마힌드라의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타타 넥슨 EV 피어리스퍼플 ㅡ AI 이미지
1945년 트럭으로 시작해 2004년 대우상용차를 샀고,
2009년 세계 최저가 나노를 만들었으며,
같은 해 재규어·랜드로버를 23억 달러에 샀습니다.
나노는 실패했지만 의도는 아름다웠고,
재규어는 타타 손에서 다시 재규어다워졌으며,
넥슨 EV로 인도 전기차 60%를 점유했습니다.
이익의 2/3를 사회에 돌리는 기업,
200년간 인도인의 신뢰를 쌓아온 이름,
그것이 타타자동차였습니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 잠셋지 타타"
25만 원에서 재규어까지 - 타타자동차
인도의 탄생 2편 완결.
다음 편: 마힌드라 - 쌍용을 두 번 울린 이야기